책으로 여는 새벽

나로부터 비롯되는 깨달음 -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민음사)

리브래리언 2013. 6. 24. 22:19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란 말을 들어보셨지요? 
(참고하세요. http://lotus2.com.ne.kr/book/easy_seon_story100/051_easy_seon.htm)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이 말은 불교의 시조인 석가모니가 룸비니 동산에서 탄생 직후 동서남북으로 7걸음을 걸은 뒤, 처음 설파한 법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는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불교라고 하면 떠오르게 되는 여러가지 것들 중에 하나입니다. 오늘은 석가모니의 탄생 설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라, 석모니의 아명(兒名) '고타마 싯다르타'와 동명이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데미안'으로 유명한 헤르만 헤세에 의해서 씌여졌습니다. 


바라문 집안에서 태어난 '싯다르타'는 출중한 외모와 풍부한 학식을 지닌 청년입니다. 허나 배움이 깊어 질 수록 계속해서 진리에 대한 갈증이 커져가고 결국은 스스로 구도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세존 '고타마' - 우리가 알고 있는 석가모니 - 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자의 지혜를 배우게 되지만, 역시 스스로 얻지 못하면 무의미하다는 생각으로, 친구 고빈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 고행의 길을 떠나게 됩니다. 


- 이제 다시는 요가 베다의 가르침도, 아타르바 베다의 가르침도, 고행자의 가르침도, 그 어떤 가르침도 받지 말아야지. 나 자신한테서 배울 것이며, 나 자신의 제자가 될 것이며, 나 자신을, 싯다르타라는 비밀을 알아내야지. - p.62


숲을 나와 도시로 가게된 싯다르타는 '카밀라'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한 순간에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카밀라 역시 싯다르타의 보통의 구도자는 아님을 느끼고, '카마스와미'라는 상인에게 만나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싯다르타는 카마스와미의 사업을 도와주면서 인간 세상의 쾌락과 타락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타락했음을 느끼며 "윤회"를 깨닫게 됩니다. 


- 그러나 그의 얼굴은 웃음을 띠는 일이 거의 없었으며, 부유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그런 표정들, 그러니까 불만스런 표정, 기분 나빠하는 표정, 우울한 표정, 나태한 표정, 몰인정한 표정을 하나둘씩 짓기 시작하였다. 서서히 그는 부자들이 잘 걸리는 영혼의 병에 걸렸다. - p.115


이 것이 자신이 원하던 삶이 아님을 깨닫고, 자신이 모은 재산과 자신에게 인간과 남녀의 유희를 알게 해준 카밀라까지도 놓아두고 홀연히 도시를 떠납니다. 그렇게 길을 걷다 예전에 자신이 강을 건널 때 돈을 받지 않고 오히려 친구가 되었던 나룻뱃사공을 다시 만납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강과 이야기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죠. 그리고 진정한 깨달음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합니다. 


- 이제 싯다르타는, 자기가 바라문으로서, 참회자로서 이 자아와 투쟁을 하였지만, 무엇 때문에 그 싸움이 헛수고가 되고 말았던가 하는 이유도 어렴풋이나마 예감할 수 있었다. 너무 많은 지식이, 너무 많은 성스러운 구절이, 너무 많은 제사의 규칙들이, 너무 많은 단식이, 너무 많은 행위와 노력이 자기를 방해하였던 것이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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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를 읽으며, 나를 찾는 방법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나를 찾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계속해서 자신의 생활을 반성하는 것입니다. 어제 나를 반성하고, 그저께의 나를 반성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지난 인생을 하나하나 얇게 박피하여 훑어보는 것입니다. 그보다 좀 더 높은 방법은 스스로 그 편린들을 재구성해내는 것입니다. 그 과정이 바로 이 세상의 중심에 오직 나만이 존귀하다는 석가모니의 말에 부합되는 방법입니다. 자신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깨달아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무언가에 비춰지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강물의 소리를 들으며 세상의 모든 소리를 발견해내는 '싯다르타'와 같은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감히 예상합니다. 내가 나만의 생각으로 자신의 모습을 재구성하는 것은 쉽지만, 타인에게 비춰진 모습을 발견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상대방이 알려주는 것도 역시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될 것이고, 그도 나도 의식하지 않고 드러나게 되는 서로에 대한 모습을 발견해야하는 것입니다. 그건 거울 앞에서 일부러 꾸밀 땐, 그 꾸미는 모습까지 비춰지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 친구여, 그 점에 대해서도 강물한테 물어보세요. (중략) 그리고 도대체 당신이 무슨 능력으로 당신 아들을 윤회의 소용돌이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다는 겁니까? (중략) 도대체 당신은 벌써 그 이야기를, 바라문의 아들 싯다르타의 그 교훈적인 이야기를 몽땅 잊어버렸단 말인가요? - p.176


헤르만 헤세가 자신의 우울증을 이겨내고 다시 집필하여 마무리한 '싯다르타 - 한 인도의 시'는 현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삶의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작고 소박한 자신감의 씨앗을 뿌려주었습니다. 




싯다르타

저자
헤르만 헤세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2-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수레바퀴 아래서', '데미안'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헤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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