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al inside

나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지..

리브래리언 2014. 9. 21. 13:42

영화 '스파이더맨'을 보면 주인공이 거미에게 물려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 초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피터 파커는 그로 인해 거미가 갖고 있는 여러가지 능력을 발휘하게 되는데, 나에게 특히 인상적인 것은 위기 감지 능력이었다. 피터 파커는 이 능력을 갖게 되면서 자신을 놀리기 위해서 던져진 공이던, 적과 싸울 때 날아오는 위험물을 감지해서 피하거나 대처한다. 생각해보면 내 어린 시절에도 이런 탁월한 위기 감지 능력이 있었던 것 같다. 


고3때 집에는 독서실 간다하고, 친구들과 한강에 기타들고 가서 룰루랄라 수험생의 스트레스를 풀러 자주 갔었다. 우리는 일탈이라고 생각했지만, 부모님들께서 보시기엔 분명 일상이었다. 그러니 공부를 마치고 집에 들어갈 때는 그 눈치가 편안하지 않았던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일탈을 즐기는 중에 왠지 엉덩이가 들썩일 때가 있다. 왠지 집에 가고 싶은 거다. 이런 날은 친구들에게 얘기해 자리를 좀 일찍 파하고 독서실로 우선 돌아간다. 그럼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께서 예고없이 집에 가자면 독서실에 방문하신다. 아버지를 따라 나서는 내 뒷통수에는 총무의 비웃음이 꽂히는 것을 당시의 내가 모를리 없었을 것이다. 재미있는 건 그 들썩임을 외면하면 그 날은 어김없이 아버지가 먼저 독서실에 오시던가, 대문 열쇠를 집에 놓고 오는 날이다. 

감추고 싶은 성적표가 나보다 집에 먼저 도착한다던가 참고서 가격으로 문제집을 샀을 때 어머니가 정가를 알아낸다던가 하는 것은 부지기수였으니 어쩌면 그 위기 감지란 것은 내 삶에 정말 필요한 능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위기 감지라는 것이 별 것인가? 뭔가 그릇된 일에 대해서 내 마음이 좌불안석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거짓말을 들키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속담 중에는 "거짓말이 사촌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유사시엔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하라는 뜻이지 거짓말을 밥먹듯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스스로가 옳은 생각을 가지고 옳은 행동을 옳게 행하면 위기를 최소화 할 것이고 그 행동을 의식하는 것이 그리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이렇게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다 보면 일상을 벗어나는 신호를 감지하는 것도 수월하니 그만큼 자신을 침해하는 위기에 대해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기개발 분야에서는 "마음먹은대로 된다. 나쁜 일이 생긱는 것도 나쁜 일을 생각하면 그리 된다."는 가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할 뿐, 경험적으로 대부분의 일은 "마음먹은대로" 풀려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음을 먹었다는 것은 그 일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과 관련된 일들이 발생하면 유심히 보기 때문이다. 마치 마트에서 반값세일로 한 군데 모아놓은 과자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먼저 찾아내는 것, 단체사진에서 내 얼굴을 0.1초만에 찾아내는 것 등이 다 이런 인간의 "마음먹은대로" 능력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올바르다면 좋은 결말을 기대할 것이요, 그렇지 못하다면 그에 따른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우리의 위기 감지 능력은 바로 이런 매커니즘을 통해서 "아 들어가면 뭔가 안좋은 일이 있겠구나." 하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페이크를 통해서 위기를 모면하는 것까지 언급하지는 않으려한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위기를 감지하고 모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상황을 가능한 만들지 않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제 결론을 알 수 있겠지? 바로 그것이다. 스스로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이다. 우린 이렇게 쉬운 결론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할 수 있어. 쉬운 답인 걸?!" 하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쩌면 불필요한 "위기 감지 능력"이 은연 중에 필요하게 된 것인지 모른다. 우리가 굳이 슈퍼히어로가 될 것이 아니라면 초능력 따위는 잊고 하루하루 생활에 충실하자. 그러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