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p122
이 얼마나 유명한 말인가? 청춘을 이렇게도 간결하게 정밀하게 심정적으로 묘사한 적이 있었던가?
좀 늦었지만, 데미안을 읽으면서 이 책이 어느 시점에 나에게 왔어야 했는가를 명확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 많은 한국 문학이나 대학 다니는 하숙생이 등장하는 소설에서 "그의 손에는 데미안이 들려있었다." 라던가 "벤치에 앉은 그녀 옆에는 데미안이 놓여있었다."라는 문장을 통해 남달리 성숙하면서 지식인의 느낌을 전달하는 메타포로 사용된 이유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읽는 내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싱클레어는 가끔씩 돌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느끼는 나의 유년이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싱클레어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님과 누이들을 통해 평화로운 가정을 경험하면서도 하인들이 나누는 그들만의 이야기나 그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질퍽한 다른 세계의 이야기도 함께 들으며 스스로 그 정체성을 찾아가는 소년이었다. 열 살 즈음 동네 불량아와 얽히면서 싱클레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가치와 평화로운 세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도전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고난 속에서 전학생 막스 데미안과 관계를 맺게 되고 그로부터 "카인과 아벨"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듣고, 또다른 세계의 존재를 느낀다. 한 소년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전개되는 것이다.
막스 데미안. 그는 신비로운 소년이다. 싱클레어의 말에 따르면 그는 일반적인 유급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싱클레어에게 서서히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결정적인 영향력은 동네 불량아를 싱클레어로부터 데미안이 떼어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싱클레어에게 데미안은 거의 부모님 수준의 신뢰를 주는 존재이며 일종의 삶의 모델이 된다.
데미안에겐 다른 학생들과 독특한 면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에도 "생각한 대로 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건 그랬어. 처음 자리를 떠났으면 했을 때 내 자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 제대로 말랐어. 내가 의식한 것은 멀리 뒤쪽에 앉고 싶다는 것뿐이었어. 너에게로 가는 것이 내 뜻이었는데, 그게 그때만 해도 내 자신에게는 의식되지 않은 거야. 동시에 너의 의지가 나를 도와 함께 끌어준 거야. 그러다 내가 거기 네 앞자리에 앉았을 때야 비로소 나는 내 소마의 절반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지. 나는 알아차렸어. 내가 원래 원했던 것은 다름 아니라 네 옆에 앉는 것이었음을 말이야." p.78
이 문장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바로 데미안이 자신의 자유의지를 가지고 원하는 것을 이뤄갈 수 있는 기본 원리 이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가 실천하지 않는 이유는 수십가지를 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이유만 있으면 된다." 그 한가지 이유는 "하고 싶다"라는 아주 단순하고 짧은 것이다. 간절함인 것이다. 데미안은 그것을 아주 아름다고 부드러운 말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난 요즘 꿈, 비전, 목표와 같은 것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필요한 것을 있을 테다. 근데 정말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만 하면 되는 것인가? 연애를 할 때 내가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선택이 필요하듯, 내 소망도 마찬가지로 나를 선택해야하는 것은 아닌가?
이 대답은 데미안의 어머니 에바 부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사랑은, 그 자체 안에서 확신에 이르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 사랑은 더이상 끌림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끕니다.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나에게 끌리고 있어요. 언젠가 내가 아니라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면, 그러면 내가 갈 겁니다. 나는 선물을 주지는 않겠어요. 쟁취되겠습니다." p.200
결국 우리가 뭔가를 동경하고 원한다는 것은 넓은 의미로 그것이 내 사랑의 범위에 있는 것이다. 즉 내가 사랑하고 기도하면 결국 그대로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그대로 된 것, 그 것이 자신의 세계이다. 시기는 다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사회에 성숙한 일원으로 편입이 되는 것이다. 싱클레어는 그런 경험으로써 전쟁에 파병되고 총상을 입는다.
책의 마지막에 싱클레어는 자신의 얼굴 속에서 데미안의 모습을 발견한다. 살아오면서 동경하고 그리워하던 사람으로 스스로 변화한 것이다. 책속에서 데미안에 대한 싱클레어의 마음은 어떤 경우에선 존경과 신앙으로까지 묘사되기 때문에 놀랍기는 해도 어색하진 않다. 이미 싱클레어 자신도 한 학우에게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싱클레어를 통해서 내가 삶에서 무엇을 원하고 택하고 노력해서 이뤄야 하는 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데미안을 읽으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는 싱클레어가 스스로가 성찰하는 방법이 꿈을 통해서 이뤄간다는 것이다. 특히 피스토리우스와의 만남에서는 주로 서로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 특히 피스토리우스가 꿈에 대한 해석에 능하다는 것에 감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해서 구글에서 헤르만헤세와 프로이트, 융 등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역시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우리의 의지를 가지고 삶을 살 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이유. 책 속에서 찾아서 공유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삶이 있다는 것을 말이야." p.116
데미안
헤르만 헤세에 대하여 : http://ko.wikipedia.org/wiki/%ED%97%A4%EB%A5%B4%EB%A7%8C_%ED%97%A4%EC%84%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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