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서 내가 만든 것은 얼마나 되나?
우연히 골동품점에서 발견한 오래된 가죽가방, 거기서 발견한 한 뭉치의 원고. 그 생기 넘치는 이야기에 매료되어 자신의 이름으로 써낸 무명작가. 어느 날 그 앞에 나타난 원작자.
이 얼마나 단순한 구조인가? 그러면 이제부터 원작자와 무명작가 사이의 집요하고, 꿰재재한 관계의 결말을 파고 가면 이야기는 끝? 안타깝게도 감독은 내 상상력 정도의 범위는 이미 안드로메다만큼 벗어나 있다.
이 영화의 진짜는 프리퀄에 있다. 무명작가가 배껴쓴 그 스토리가 나오기까지의 원작자의 이야기. 바로 그 프리퀄이 카피작가(방금 전의 무명작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현대와 과거와 소설을 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의 짜임새는 치밀함이 과해서 얼개가 허술하게 느껴질 만큼 진지하고 집중력을 갖게 한다. 특히 제레미 아이언스의 목소리로 전달되는 과거 회상모드는 영화의 큰 줄기를 담당하면서도 영화속의 프리퀄이라는 독특한 액자를 성공적으로 구성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구성 덕분에 더욱 영화에서 메시지를 얻으려했고, 나름 "진짜"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우린 가끔 본질을 잊고 살 때가 있다. 특히 사회 생활에 있어 과정과 결과에 대한 갑론을박에 대해서는 그 어떤 해답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역시 높은 성과에는 타당한 과정이 있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살다보니 적합한 과정없이 온전한 고성과가 따르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것이 바로 성과의 본질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에 대한 답일 될 텐데, 작금의 사회에서는 결국 시스템에 의한 과정이 성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의한 과정이 성과를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일반적인 리더들 - 팀장에서 대표까지 - 은 "해야할 일을 정확하게 진행하면 성과는 당연히 나온다." 라고 말을 하면서도, 그 "해야할 일"을 하는 과정이 사람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놓친다. 역시 성과의 본질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고려하지 않은 판단때문이라 생각한다.
The Words는 원작자가 말하는 프리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왜 그 작품이 "원작자"의 것인가를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단순히 생각했지만, 그들의 대사에서 "Words"가 많이 들리는 것을 보면서 작가가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느낄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인용할 때는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정은 외면한 체 그저 좋은 것, 멋진 것이라서 가져오는 것은 대접에 담을 수 없는 고깃국과 같은 것이 아닐까? 넘치면 버려지는...
영화의 말미에 제레미 아이언즈의 말은 "진짜"가 무엇인가에 대한 방점을 찍는 말이었다. 바로 그 말이 있었기에 마지막까지 숨졸이던 마음에 깊은 숨이 들어올 수 있었다.
부족해도 기특한 내 말들(Words)을 축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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