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새벽

늙은 어부의 어느 운수 좋은 날 - 노인과 바다 (어네스트 헤밍웨이,공개ebook)

리브래리언 2016. 1. 20. 23:49

예전에 부모님께서 식당을 경영하실 때, 손님들은 가끔 어린 나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켰다. 중학교 때 어느 여름날도 그런 날이었다. 아마도 점심 손님이 나에게 심부름을 시켰던 것 같다. 아니면 어머니께서 시장에 다녀와야할 뭔가를 시켰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쾌속으로 튀어나가 나는듯이 달렸다. 그리고 우연히 길에 떨어진 만원 지폐 한 장을 발견했다. 요즘 표현으로 하면 아이언맨이 날아가다 자비스가 적의 위치를 알려주듯이 순간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옛부터 주은 돈은 빨리 써야 한다는 말을 풍문으로 듣던 터라 그날 집에 가는 길에 수박 한 통을 사가지고 가족들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내 인생에 행운이라면 이 정도이다. 


어네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등장하는 노인에게 날아든 행운은 이 정도가 아니다. 지난 84일간 빈 배로 귀항했던 날들을 보상하는 것도 모자라 평생에 한 번 만날까 말까하는 엄청난 고기를 만난 것이다. 그렇게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산티아고의 어쩌면 마지막 행운은 시작되었다. 

나에게 찾아온 마지막 행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노인처럼 행동했을 것이다. 노인은 3일 밤낮을 고기와 씨름을 한다. 등과 양 손이 고기와의 싸움으로 상처를 더해가지만 기교있게 낚시를 해서 허기를 달래며, 모습도 알 수 없는 거대한 물고기와 사투를 벌이는 것이다. 

마침내 노인은 고기를 낚아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고기로 부터 흘러나온 피냄새를 쫓아온 상어 때는 무참히 고기를 포식하고 결국 노인은 앙상하게 남은 뼈다귀와 머리만을 그 격렬했던 3일의 흔적으로 가지고 돌아오게 된다. 



(노인과 바다의 다양한 표지, 이미지출처 : google 검색결과 캡쳐)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195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해준 유명한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다는 묘사를 통해서 상황과 감정을 묘사하고 있어, 그 느낌이 더 간절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노인과 물고기와의 싸움이 노인의 입장에서 (당연하겠지만)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진다.나 역시 비평가들의 평가와는 관계없이 이 장면에서 노인, 산티아고가 물고기가 아니라 인생을 부여잡은 느낌을 받았다. 앞서 말했듯이 인생의 마지막 행운일 수도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하나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노인의 곁에 항상 머물렀던 한 소년이다. 그 소년은 산티아고에게는 어쩌면 마지막 남은 친구이자 동네로 돌아가야하는 이유인 대상이다. 작가는 소년에 대한 산티아고의 그리움을 지속적인 언급을 통해서 나타낸다. 작품속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다보니 내가 읽다가 떠올리는 경험을 자꾸해서 어떤 소년일까 그리워지기도 했다. 


아주 짧지만 강렬한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헤밍웨이는 이 작품 이후로는 특별한 작품없이 삶을 마무리하게 된다. 소설속의 산티아고와 비슷한 결말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에 얽혀서 재미있는 사실하나는 바다낚시를 그저 전해들은 이야기로만 써내려간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의 한 어록이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에 적은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인상적인 느낌을 주는 소설이다. 길지 않은 만큼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에 행운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기를... 


== 책속에서 ==


노인은 언제나 바다를 여성으로 생각했고 큰 은혜를 배불거나 간직하고 있다고 여겼다. 


사람은 죽을지언정 고기에게 지지는 않는다. 

원문 : “But man is not made for defeat,” he said.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해석 : 그러나 사람은 실패하라고 태어나지 않았어. 그는 말했다. 사람은 부서질지라도 지지는 않아. 


하지만 바다는 너무나 크고 배는 작으니까 발견하기 어렵지.


== 작가의 명언 ==


책에 있는 좋은 부분들이란 작가가 운 좋게 주워듣거나 그의 일생 동안 실패한 것들뿐이다. 그래도 전자는 후자만큼 귀중하다.( 《노인과 바다》는 정말로 주워들은 걸 토대로 썼다고 한다. 항목 참고.)

-위에서 언급한 같은 책 중 1929년 9월 4일에 스콧 피츠제럴드에게 썼던 편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