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빈둥빈둥 있을 수는 없다~
생각하고 무작정 짐싸들고 서울 둘레길 망우-아차산 구간을 걸었습니다.
나름 트레일런 흉내라도 내볼만한지 보고 싶기도 했고요.
출발은 집근처 화랑대 역 4번 출입구입니다. 낯선 우체통이 하나 있더군요. 스탬프 종이는 없어서 구경만 하는 걸로.
화살표가 있다고 했는데 조금 두리번두리번 하다가 묵동천 방향으로 있는 표시를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걷다가 부랴부랴 가민을 켭니다. 본의 아니게 가민은 늘 홀대네요
중노동팀 초기에 달리던 길을 걸으니 기분이 새롭습니다. 처음엔 다들 할딱 거렸는데 이젠 모두 5분대로 달리고 있으니까요. ㅎㅎ
비오는 묵동천 한 가운데 이름모르는 목이 긴 새 한 마리가 일광인듯 비광인듯 서있습니다.
집에서 나온지 얼마 안되서 내리던 비는 더 힘을 내지는 않을 듯 합니다.
지도상으로는 양원역을 지나 망우산 입구에서 잠시 해맸습니다. 큰 길이 나오는 데 노란색 표지가 없더라구요. 그러다 생각했죠.
'어차피 산으로 갈 거 아냐?'
오르만으로 조금 이동하니 서울둘레길 화살표가 바닥에 그려져 있네요. 다행입니다.
산행로 가기 전에 화장실과 정자가 있어 잠시 쉬었습니다.
비가 지속적으로 오는 터라 가방에 우의도 입히고, 물도 마시고 용무도 보고.
산행로 입구에는 스탬프함이 있습니다. 혹시나 하고 봤는데 역시 스탬프지가 없네요. 사진만 몇 개 찍어봅니다.
계단을 조금 올라가니 망우산 주차장이 나옵니다.
그런가보다 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데 포장도로 인데다 넓기도 해서
산책로라고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길이 좋다보니 언덕주 연습하기는 좋겠더군요.
그러다 뜬금없이 서울 둘레길 이라고 써있는 입간판을 만나고 비포장길이 시작되죠.
아마도 이 길 부터 진짜 둘레길인가 봅니다.
비가 계속 오락가락 하는 것이 처음엔 좋다말다 했는데 어느 덧 타닥타닥 하는 소리가 운치가 있어요. 그냥 특별한 경험이다 생각이 드네요.
어디나 있는 깔딱고개도 만나고, 산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서울 전경도 봅니다.
아차산이 있는 광진구에 살던 시절, 아차산 정상에서 '아, 저 많은 집들 중에 내 것 하나가 없네.'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 없이 산에 오르니 그 느낌이 또 다르네요. 누구나 딱 자기 걸음만큼 앞으로 나가면 언젠가 그 자리에 있게 되는 건 진리입니다. 마라톤할 때 페이스만 지켜내면 완주하는 것 처럼 말이죠.
깔딱고개만 지나면 용마산에서 아차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입니다. 그길은 그저 걸어나갑니다. 그럴 수 있는 정도만 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어느덧 아차산 팔각정을 지나 해맞이 광장에 옵니다. 이 곳에 오면 이제 끝입니다.
정상에서 마시려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물통에 담아왔는데 둘레길은 정상을 둘러서 간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결국 걸음의 끝에서 시원하고 고소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십니다. 혹시 겨울 산행을 한다면 꼭 보온병에 더운물을 챙겨서 정상에서 마셔보자 생각해봅니다.
이제 서울 둘레 2길도 끝이네요.
처음 걷는 골목길에는 커피숍과 음식점들이 많이 있습니다. 산을 벗어난 지 얼마 안되서 만난 꺽어진 길에서 닭한마리 간판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위치에 있어 말그대로 깜놀했네요. 게다가 기와끝에는 삼족오가 그려져 있어 확실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집이었어요.
여러 식당들을 지나처 오면 마침내 둘레길 시작과 끝을 알리는 입간판을 만납니다.
이렇게 많은 식당들을 지나친 이유는 집에서 감자전을 부쳐먹을 심산이었단 것이죠.
서울 둘래길 이라는 새로움과 여전한 그 길에 대한 반가움 그리고 그 시절에 대한 추억이 교차하는 즐거운 경험이었네요. 스탬프기록지를 들고 왔으니 차근차근 채워 보려고 합니다. 이 길들, 계절마다 다르겠죠. 나이 좀 먹고 와도 이렇게 다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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