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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재상 추기의 일화 - 본분을 다하라..

리브래리언 2013. 9. 10. 09:06

제나라 위왕은 왕위에 오른 후, 매일 연회를 열어 음주가무를 즐기며 향락에만 빠져 지냈다. 그 사이 9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제나라는 점점 혼라스러워졌다. 수 많은 대신들이 상소를 올려 끊임없이 충언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위왕은 바른 말을 하는 신하들을 입궁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추기라는 거문고 연주자가 위왕을 찾아왔다. 거문고 연주를 특히 좋아하는 위왕 앞에서 추기는 거문고를 가리키며 정중하게 말했다. 


"거문고 소리는 인격을 수양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이 거문고의 길이는 3척, 3촌, 3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니, 마치 1년을 365일로 나누어 놓은 것과 비슷합니다. 또 그 모양이 위는 둥글고 아래는 네모지니 이것은 마치 왕께서 다스리고 있는 천하와 같은 형태입니다. 다섯 개의 줄은 군신의 도를 뜻합니다. 따라서 거문고 연주는 폐하께서 매일매일 정도를 지키며 천하를 다스리는 일과 같습니다. 퉁겨야할 줄을 퉁기고 퉁기지 말아야 할 줄은 퉁기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임금과 신하는 각기 주어진 본분을 지켜야 합니다. 모두가 자신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만 나라가 편안해지고, 민심이 안정되며, 백성들의 생활이 풍요로워지고,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습니다."

위왕은 듣다못해 화를 내며 말했다. 

"내가 너를 부른 이유는 좋아하는 거문고 연주를 듣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너는 지금 내 앞에서 거문고를 가지고 무얼 하려는 것이냐?"

잠시 침묵을 지킨 추기가 웃으며 답변했다.

"제가 거문고를 만지기만 하고 연주를 하지 않으니 화가 나셨군요. 하지만 와께서는 즉위하신 지 9년이 넘도록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관심이 없으시니 제나라 백성들은 얼마나 화가 나겠습니까?"

그 말에 부끄러워진 위왕은 추기의 손을 꼭잡으며 말했다.

"네가 나를 깨우쳤네, 이제야 올바른 도리가 무엇인지 알겠네. 정말 고맙네."

얼마 후 추기는 제나라의 재상이 되었고, 이후로 제나라는 급속도로 부강해지기 시작했다. 추기는 비록 미천한 신분이었지만 거문고 기법에 군왕의 도리를 접목시켜 향락에 빠진 왕을 일깨우고 위기에 빠진 제나라를 구해냈다. 



- 채근담 (상) p78~79, 소담출판사.




채근담(상)

저자
홍응명자이원명 지음
출판사
소담출판사 | 2007-04-26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이 책은 홍응명(洪應明)이 엮은 책으로, 고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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