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너를 믿는 것이 아니야. 나를 믿어. 너를 믿고 있는 나를 믿어. - 카미나, 천원돌파 그렌라간 중.
우리는 수많은 책들로부터 자신감과 자존감의 중요성에 대해서 믿고 배울 것을 은연중에 강요당한다. 읽고 배워왔다. 그리고 많은 자기 개발 교육 역시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이는 부분에 집중되어있다. 부연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감과 자존감이란 첫글자 "자(自)"때문에 각자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 도러시아 브랜디는 그 스스로도 소설가, 비평가, 논픽션작가로 활동했으며, 창조적 글쓰기라는 주제로 미국내에서 많은 강연을 했다. 주요 서평을 보면,
내가 발견한 책 중에서 글쓰기에 관한 최고의 책 - 줄리아 캐머런 (미국 소설가, 문학 창작 강사, 영화감독, '아티스트웨이'저자)
"작가수업"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와 더불어 가장 많이 추천되어 이미 모든 이들이 알고 있으므로 굳이 나까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책이다. - 캐서린 라이언 하워드 (미국의 여행서 작가)
서평을 보고 끌린 것은 아니고, 글을 잘 쓰고 싶고, 인터넷 서점에서 '글쓰기의 고전'이라는 카피에 이끌려서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아주 흡족하다.
총 1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고, 글쓰기 강좌를 듣는 것처럼 각 장마다 생각해볼 의미와 해볼만한 활동이 담겨져있다. 이미 지인이 추천해준 '아티스트 웨이'에서 나온 잠에서 깨자마자 글을 쓴다는 활동이 이 책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반갑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앞서 얘기했던 것과 같이 저자는 글쓰기의 기교와 방법론 보다는 글쓰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글쓰기를 위한 준비방법 또한 글쓰는 상태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다시 말해 작가의 근본 문제는 자신감, 자존감, 자유의 문제다. p8
작가는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자발성과 아이처럼 예민한 감수성과 화가 못지한게 '순수한 시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참신하고 신속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환경도 마치 처음대하는 환경처럼 대한다. 그러한 특징과 개성은 그 즉시 케케묵은 범주 안에 분류되어 먼지를 뒤집어쓴 채 구석에 처박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신의 손을 통해 나날이 새롭게 주조되는 듯하다. p41
일어나자마자 말을 하거나, 조간 신문을 읽거나, 전날 밤 치워두었던 책을 집어들지 말고 글을 쓰기 시작하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아무 내용이나 쓰라. p80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정했으면 하고 싶은 일이 있든 반드시 해야할 일이 있든 상관없이 그 시간은 반드시 비워두어야 한다. p85
모방이 효과를 지니려면 완전한 숙지와 인정을 통해 그 대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p121
작품이 일관성을 지니는 데 가장 중요한 밑바탕은 엄중한 정직성이다. p142
천재(하늘이 내린 재능)의 뿌리는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 안에 있다. 의식의 영역 바깥에 기원을 두고 있다. p174
천재에 대한 케케묵은 정의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영감은 노력'이 아니듯이 재능 또한 '노력한다고 가질 수 있는 무한한 능력'이 아니다. p182
'생각을 품는 시기'를 짧게 줄여 더 좋은 작품을 내 놓을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p186
좋은 작가가 된다는 것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같은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작가' 역시 사람이 하는 일 중에 하나이니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글 역시 그 작가가 만들어 내는 것이니 당연히 같은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좋은 글이 되는 것이 아니겠나! 이런 맥락에서 얼마전에 특강을 들었던 연사께서 자신의 강연 제목을 바꾸면서 "이 쪽이 더 쎅시하잖아."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깊이 이해가 되었다.
내가 읽으면서 눈여겨 본 부분은 '재능'과 '모방'에 관한 텍스트이다. 재능은 무의식의 영역에 있지만, 무의식은 일관된 행동으로 길들일 수 있다말이 나온다. 그리고 재능은 글을 쓰는데 있어 필요한 부분이지만 좋은 작품이 그것에만 의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무의식을 통한 통찰과 지혜는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 영역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방향을 잡고, 쓸모있는 부분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방'또한 그러하다. 글쓰기 초기에는 '글쓰는 행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의식적으로 모방의 흔적을 지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집어들었던 책이 '글쓰기'를 넘어서 나의 마음가짐에 영향을 주었다. 꽤 재미있는 경험이고 마치 짐 콜린스의 위대한 기업 시리즈를 읽을 때 자기 개발서가 떠올랐던 경험을 다시 느낀 것 같아 재미있었다.
글쓰기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선천적인 재능과 후천적인 학습은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글쓰기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어떤 일에도 적용이 될 수 있는 것이란 확신이 생긴다. 글쓰기를 '꿈'이라는 말로 바꿔도 같은 의미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아침에 일어나 15분씩 글쓰기를 하고 있다. 말그대로 생각나는대로 적고 있는데, 아직은 마음에 썩 드는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이 활동이 언젠가 나의 무의식을 이끌어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해낼 날을 믿는다. 그 때는 생존을 위한 직업이 아닌 사명에 따르는 직업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ps. 유명한 저자들의 사진이나 그들의 명언이 장이 바뀔 마다 소개되어있다. 이것 또한 이 책이 주는 또하나의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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