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해가 바뀌고 누구도 닿지 않은 올해의 마음이 울기 시작했다. 이것은 마치 기대감이리라.
내 마음의 울림이 크고 깊을 수록 누가 손을 댄다한들 그 소리를 멈출 수 있을까?
이순신 장군의 칼의 노래도 충심의 울음도 적군의 이동소리도 그렇게 멈출 수 없는 소리였을 터이다.
칼자루에 감은 삼끈이 닳아서 반들거렸다. 살아서 칼을 잡던 자의 손아귀가 뚜렷한 굴곡으로 패어져 있었다. 수없이 베고 찌른, 피에 젖은 칼이었다. 나는 그 칼자루를 내 손으로 잡았다. 죽은 자의 손아귀가 내 손아귀에 느껴졌다. 죽은 자와 악수하는 느낌이었다. - p218
다시 삼도수군 통제사로 복직하는 것으로 책은 시작한다. 이순신 장군의 상황은 이미 모진 고문을 통해서 부정한 적들에겐 질 수 없었고, 이긴다 한들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뭍으로 갈 수도 없는 그런 것이었다.
내 끝나지 않은 운명에 대한 전율로 나는 몸을 떨었다. 나는 다시 충청, 전라, 경상의 삼도수군 통제사였다. (중략) 그러나 나의 무는 임금이 손댈 수 없는 곳에 건설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그 건설은 소멸되기 위한 건설이어야 마땅할 것이다. (중략) 그러므로 조정을 능멸하고 임금을 기만했다는 나의 죄는 유죄가 되어도 하는 수 없을 것이었다. - p41
내가 적을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 적에게 있을 것이었고, 적이 나를 이길 수 있는 조건들은나에게 있을 것이었다. 임진년 개전 이래, 나는 그렇게 믿어왔따. 믿었다기보다는, 그렇기를 바랐다. (중략) 내가 함대를 포구에 정박시키고 있을 때도, 적의 함대가 이동하면 잠든 나의 함대는 저절로 이동한 셈이었다. 바다에서 나는 늘 머물 곳이 없었고, 내가 몸 둘 곳 없어 뒤채이는 밤에도 내 고단한 함대는 곤히 잠들었다. - p35
복직 후 명량에서 적을 맞는다. 울돌목의 변화무쌍한 해류와 죽음을 각오한 투지를 발휘하여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바로 얼마전 영화로 나왔던 "명량"이 바로 이 이야기이다. 전투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긴장감은 영화보다 더 크고, 당장의 전투는 덤덤하게 그려졌다.
이후 적들의 도발이 줄어들었다.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탈영, 축재 또는 태만과 같은 위법에 대해서 목을 쳐 본을 보이고, 그 중에도 백성과 군병을 독려하여 농사를 짓고 배를 건축하여 군량과 병력을 보충한다. 그리고 점점 커지는 적과의 일전을 감지하는 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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