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살다보면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를 일들을 정말 많이 만나게 된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나름의 방법으로 헤쳐가며 사회인이 되어간다. 단지 그 나름의 방법을 선택할 때까지 고민의 시간이 길거나 혹은 짧을 뿐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생물학적으로 2개 뿐이 남성 여성들이 갈라선 때라면 입장을 결정하기가 더욱 어렵기도 하다. 나와는 다른 성이지만 지지할 수도 있고, 같은 성별이라도 그 만큼 격렬하게 지지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런 상황에 대해서 나의 기준으로 살펴보면 합리적이지 않은 사람도 있고, 계몽하려 애쓰는 사람들도 보인다.
이번에 시청한 웹드라마가 개인적으로는 계몽하려 애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보다는 조금 더 여성 인권에 가깝겠지만, 결과적으로 중간에서 합의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둔 가볍지만 의미있는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2018, studio onstyle)은 케이블"온스타일"에서 만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작품이다. 페미니즘이라는 이슈에 관심이 있다보니, 유튜브가 한 편을 추천해주었고, 그 한 편 덕분에 전편을 보게 되었는데 나름 감동있었다.
대학교 신입생 친구들이 한 학기동안 대학 생활에서 부지불식간에 벌어지는 성적 공격이나 사회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성적인 위협에 대해 짧은 에피소드로 묘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인상적인 것은 페미니즘 문제를 직접 언급하고 적절한 해결책도 보여준 "ep6 내 여친은 페미니스트"편과 교수와 학생간의 갑을 관계에 대해서 말한 "ep11 교수님, 그건 성희롱인데요.?"이다.
내 여친은 페미니스트 편이 맘에 들었던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배치가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인 시각을 대표하도록 했고, 마지막엔 아주 당연하지만 서로 이해와 사랑만이 해결책임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서 페미니즘은 마치 성적 분리주의인 것처럼 우리나라에는 활용되고 있는데, 그 어떤 혐오의 감정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극중 여주인공의 모습은 페미니스트들이 가져야할 어렵지만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태도만이 극중 남주인공처럼 사회적 강자로 포지션 되어있지만 이해력이 부족한 남성들을 구조적 차별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그런 차별을 멀리하면 좋겠지만 아직은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교수님, 그건 성희롱인데요 편은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사라져야할 꼰대 문화를 조금은 과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 생활에서 은퇴에 가까운 선배님들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성적인 개그코드를 활용하시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 것이기도 하다. 다만 이 에피소드에서 마지막 장면은 굉장히 불편했는데, 이유는 #me_too, #with_you, get out 등 원색적인 표현이 교수실 문앞을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그런 단순하고 감정적인 표현 대신에, "교수님, 치마입은 날 시선이 아래로 향하는 건 불결해요." 라던가 "시집은 알아서 갈게요." 라던가 자신들의 주장이 드러는 글들도 보였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있다.
전 편에 걸쳐 페미니즘적인 주장이 느껴지는 장면들이 많지만, 각 에피소드가 아닌 시리즈 내의 여주인공 "정신혜"의 성장을 통해 합리적인 페미니즘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드러나는 드라마였다. 각 상황이 억지스럽다고 말할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상황이 한 번이라도 실제 했기 때문에 언급되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또한 그런 범죄가 일어난 적은 없더라도 미리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생각해도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상황과 주장은 과하지 않다.
페미니즘,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인권 회복을 위한 운동이 이제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운동으로 성장했다고 들었다. 그것은 여전히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두고 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여성과 남성 구분 없이 인간은 이제 하나의 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이고, 정상 사회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보다 불편함을 겪는 이들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것으로 성장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페미니즘에서 페미닌은 꽃을 뜻하는 어원이다. 꽃은 다발로 뭉쳐두어도, 홀로 피어있어도 아름답다. 바람에 흔들릴 정도로 약하지만 꺽지 않고 지켜보면 그 아름다움은 지속될 것이다. 우리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말고 인간성이라는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하겠다.
그런 노력의 시작에 이 드라마는 좋은 입문서와 화두를 제시할 수 있다.
'소소한 문화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일매일이 좋은 날. 그 정도는 아는 나.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2017, 오모리 타츠시) (0) | 2019.02.04 |
---|---|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 업그레이드 (영화, 리 워넬, 2018) (0) | 2018.10.02 |
네가 원하는 대학에는 사지선다 시험은 없어. 배드지니어스(2017) (0) | 2017.11.26 |
우리는 인생이란 여행의 손님, 패신져스 (Passengers, 2016) (0) | 2017.02.05 |
사색하는 휴식, 안경 (めがね, 2007, 오기가미 나오코) (0) | 2016.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