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헤매지 않고 온 손님도 3년 만이네요. 재능이 있어요. 이 곳에 있을 재능."
타에코는 휴대전화가 연결되지 않는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갖기 위해 한적한 남쪽섬으로 왔다. 해변 모래사장을 가로질러 가다가 문득 멈춰 섰을 때, 한 아주머니가 팥빙수를 권한다. 괜찮다고 말하고 여행가방으로 모래에 자국을 남기며 숙소를 찾아간다."하마다" 민박집. 많은 손님을 받기를 원하지 않아서 기둥에 감춰질 만큼 작은 간판을 붙이고 있는곳이다. 중요한 손님이 왔다며 주인장 유지는 타에코를 두고 저녁 약속이 있다며 나간다. 옮겨 주겠다던 여행 가방은 마당에 놓아둔 채. 결국 바나나 하나로 저녁을 떼우고 잠이 든다.
다음 날 잠에서 일어나니 어제 봤던 그 아주머니가 아침을 알려준다. 놀라움도 잠시, 낯선 음악소리를 따라가니 주인장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해변에 모여 아침을 깨운 그 아주머니 - 사쿠라씨를 따라서 체조를 하고 있다. 체조가 끝난 뒤 유지, 사쿠라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며 관광지를 물어보지만, 그런 것은 없다는 답변만 듣는다. 그 날 저녁 "하마다" 민박집에서 바베큐 파티가 열리고 그 자리에는 섬의 고등학교의 생물선생님인 하루다가 함께 한다. 그리고 이 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사색"뿐임을 다시 확인한다. 다음 날 아침, 타에코는 "하마다" 민박집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새롭게 찾아간 숙소는 자신의 생각과 훨씬 거리가 있는 곳임을 알고 다시 "하마다"로 돌아오려 하는데, 교통편이 없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끌고 걸어서 돌아오는 길에 사쿠라씨가 자전거를 가지고 나타난다. 여행 가방을 가지고 가려하자 사쿠라씨는 지금까지 와는 다르게 강하게 거부하고, 타에코는 자기 몸만 자전거 뒤에 싣는다.
다음 날, 타에코의 학생 요모기가 "하마다"민박집을 찾아온다. 요모기는 첫날부터 민박집 주인 유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빠르게 친해진다. 하물며 사색도 잘한다고 한다. 그런 요모기의 모습에 타에코도 자극을 받아 이 섬에 대한 것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민박집 주인 유지에게 사색하는 방법을 묻기도 하고, 사쿠리씨의 팥빙수를 먹기도 하고, 아침 체조에도 참석한다. 그렇게 섬에 익숙해져 간다.
영화 "안경"을 보면서 인상에 남는 것이 3가지가 있다.
첫째는 맑고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의 풍경이다. 산과 달리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기본적으로 편안함이라 어드밴티지를 얻게 된다. 푸른 바다도 그렇고 석양이 머금은 바다도 그러하다. 폭풍우만 없다면 오가는 파도소리는 나른함을 주기에 최적의 효과라고 할 것이다. 이 영화에는 사쿠라씨의 팥빙수 가게가 바닷가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그 효과를 누리게 된다. 있는 그대로 특별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둘째는 눈으로도 맛이 느껴지는 음식들이다. 민박집 주인 유지와 사쿠라씨는 계속해서 음식을 만든다. 매실 장아찌를 만들고, 바베큐를 하고, 가제를 삶고, 팥빙수를 만들고, 팥을 끓이고 ... 하다못해 중간에 잠시 찾아갔던 마린 팰리스에서도 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유지 조차도 사쿠라씨의 팥빙수를 맛보고 난 뒤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고 할 만큼 음식은 이 영화 속에서 소통의 매개체로써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음식이 제 구실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그 절차를 빼먹을 수도 없다. 많은 영화에서 그렇듯 이 영화에서도 음식은 시간과 관계에 관한 은유를 가지고 그 임무를 잘 수행해주고 있다. 실제로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마음도 부드러워지지 않나.
셋째는 사쿠라씨이다. 사쿠라씨는 일년에 한 번 봄에 이 곳을 찾는다. 그리고 그 동안만 마을 사람들은 아침마다 모여서 사쿠라씨의 "메르시 체조"를 함께 한다. 그리고 팥빙수도 그 때에만 먹는다. 사쿠라씨는 나른하고 평화로운 이 마을의 해마다 찾아오는 이벤트이다. 그래서 봄바람이 불면, 그리고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왔다." 라고 모두가 알아차린다.
우리는 살면서 대단히 큰 것을 기대하는 지 모르지만 사쿠라씨가 전하는 말들 "아침입니다." "오늘도 좋은 날씨", 그리고 각자의 처지에 맞는 보답에 대해 감사하는 태도 등이 정작 우리가 놓치는 일상 속의 이벤트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해본다.
영화 제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봤다. 왜 안경일까?
영화 속에서 안경이 눈에 들어오는 때는 사쿠라씨의 아침인사에 잠에서 깨어난 타에코가 허둥지둥 안경을 찾아 썼을 때이다. 그 외에는 주요 인물 모두가 안경을 쓰고 있음에도 안경이 소품으로써 눈에 띄지는 않는다. 왜 안경일까? 영화 제목만큼은 계속해서 의문으로 남을 듯 싶다.
보고 난 다음에 검색해보니 슬로라이프 무비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카모메 식당(2006)"의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의 작품이다. 카모메 식당은 봐야지 하고 기억에서 잊혀진 영화였는데, "안경"을 보고 나서 꼭 봐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숨돌리는 여유가 필요 할 때, 소파에서 스르륵 잠들고 싶을 때, 맥주 한 잔 따르고 온 몸과 마음의 무장을 해제하고 휴식을 위해 보기에 정말 좋은 영화이다. 쉬고 싶다면 강추
유지씨도 누군가를 곰곰히 생각하곤 하는 건가요?
저는 그냥... 그저 여기서 차분히 기다릴 뿐입니다.
뭘?
흘러가 버리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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