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보잡 아이언맨 이후 10년.
이젠 아이들도 히어로 놀이 할 때는 보자기를 목에 메고 양팔을 뻗기 보다는,
양손바닥을 앞으로 뻗어 임펄스 빔을 쏘는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마블 세계관이 가까워지면서 아이언맨을 비롯한 어벤져스가 친근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히어로의 판타지와 능력을 생각하면 나에게는 역시 DC세계관의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이다.
이번에 새롭게 개봉한 아쿠아맨은 그런 판타지와 능력을 탁월한 영상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육지와 바다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능력, 하늘을 나는 듯한 수영실력, 일반적인 칼과 총으로는 상처나지 않은 육체.
그 뿐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돕는 올바른 심성, 자신의 능력으로 인류를 지키는 이타적인 책임감 등은
히어로 주인공에게 바라는 그런 것들이었다.
아쿠아맨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정말 뻔한 이야기와 정말 뻔한 장면들이 거의 예측한 순간에 등장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왜냐하면 그 뻔한 이야기와 장면을 정말 충실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아틀란티스 여왕과 등대지기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왕자 아서 (아쿠아맨) , 부덕한 차남 옴의 권력 계승 의지,
차남의 음모에 이용되는 악당 블랙만타. 그리고 아쿠아맨을 돕는 메라 공주와 벌코 등이 등장하고,
아쿠아맨 아서가 아틀란티스 왕의 증표가 되는 삼지창을 찾아 아틀란티스와 육지 세계를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지켜낸다.
영화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앞서 말한 것 처럼 뻔한 이야기를 뻔한 등장인물들로 그려낸다.
제임스완 감독은 그 뻔한 이야기를 기대를 넘는 탁월한 영상미로 묘사하면서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만들었다.
마치 히어로 장르는 결국 판타지 라고 선언하면서, 판타지는 현실이 아니라 상상속 이야기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쿠아맨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 DC 세계관의 부활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스티스 리그가 개봉했을 때, 어쩌면 DC는 마블과는 다른 전략으로 세계관을 구성할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블이 떡볶이 전문점, 순대 전문점, 라면 전문점이 모여서 푸드코트를 만든다면,
DC는 푸드코트를 만들어 놓고 하나씩 입점 시키는 형태로 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이 옳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매력적인 히어로가 넓은 범위로 등장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슈퍼맨과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배트맨의 차기작도 기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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