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놀라고 무서워하여 그 보는 것을 영으로 생각하는지라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 누가복음 24장 37절~39절
20세기 폭스사의 인트로가 사라지고 만나는 영화의 도입부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본 영화이다. 그리고 그 정도가 딱 좋았다. 영화 식스센스를 초반 6분을 놓친 상태에서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식스센스와 공통점이 소름돋는 반전이라면, 차이점은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반전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느낀 모든 것을 적을 예정이라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읽지 말기를...
1. 곡성
영화 초반 풍경이 아주 멋있다. 순간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떠올랐다. 평범한 시골의 풍경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광각으로 잡아내는 그 영상을 볼 때마다 감탄이 흘러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다시 말하면 그 만큼 사람의 손을 안탔고, 외부와 소통도 쉽지 않고, 그만큼 고립된 동네라는 것이다.
실제 곡성은 영화와는 달리 아름다운 곳인 모양이다. (곡성군수 칼럼 : http://www.jnilbo.com/read.php3?aid=1461250800495333063) 하지만 영화에서 곡성은 그야말로 곡소리가 난무하는 동네다.
2. 소문
곡성에 일본인이 왔다. 동네 주민들이 하나 둘 죽어가자 사람들은 일본인을 의심한다. 경찰들도 그럴 거라고 단정짓고, 경찰인 종구(곽도원 분) 역시 사람들의 의심을 확신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부검 결과는 독버섯 중독이라고 나온다.
이 영화 스토리의 중심에는 마을 사람들의 카더라 통신이 있다. "그 얘기 들었어?" "누가 그러던데.. "로 시작되는 이런 말들은 살이 붙고 힘을 얻어 실제가 되어간다. 일본인이 고라니를 생으로 먹었는 모습을 보고 혼비백산 도망친 사람이 산에 가지 않는 증거가 텅텅 비어있는 냉장고일 정도로 근거가 없다.
3. 일본인 그리고 광녀(狂女)
곡성 사람들은 일본인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말도 통하지 않는데 동네 아낙을 욕보였다는 소문까지 있다. 그러는 와중에 마을에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사건을 쫓던 종구는 한 피해자 집 앞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여자를 만난다. 말도 제대로 않는 것이 말하는 것들은 전부 "할매가 그러는데 "라고 시작한다. 종구는 그녀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궁금하지만, 결국은 그녀를 따라 피해자 집도 살피게 되고 기이한 꿈을 꾸기도 한다.
고립된 마을에 사람들이 죽기 시작했는데 눈에 띄는 유일한 변화는 "일본인" 외지인 또는 왜인이 우리 마을에 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찰은 미쳤다고 생각되는 여자를 만난다. 이 장면에서 눈여겨 볼 것은 경찰 동료가 주인공과 함께 이 두 사람을 모두 목격한다는 점이다. 영화를 다 본 후에 나는 이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영화 속에서 귀신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4. 효진이
효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효진이는 엄마 아빠의 정사를 목격하고도 비밀을 지킬 만큼 의리있고 조숙한 아이이다. 종구는 딸의 어른스러움을 대견하게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도 있었나 보다. 일본인을 만나고 와서 효진이를 추궁하니 효진이는 이런 말을 한다.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면서..."
효진의 변화 때문에 종구는 이 사건에 깊이 개입하게 된다. 효진과 종구의 대화에서 종구의 질문이 얼마나 성의없는지 알아야 한다. "마을에 일본사람 있는 거 알어?" "그 일본 사람이랑 만났어?" 평소 부모에게 신뢰가 깊은 효진은 아마도 이 질문으로 인한 소통 과정에서 아버지에 대한 불신이 생겼을 거라 생각한다.
5. 일광
효진이 점점 더 증상이 심해지자 용한 무당이라며 일광을 부른다. 일광은 일본놈이 귀신이라며 굿으로 아이를 고쳐줄 것이라고 한다. 효진이를 눈빛으로 제압하고 항아리에 까마귀를 발견하는 등 능력을 보이자 종구는 일광을 신뢰한다. 일광의 집에 함께 갔을 때, 무복에서 평복으로 환복하는 일광의 속옷이 사뭇 다르다. 이후 일광의 효진에게 귀신을 붙인 일본인에게 살을 쏘기위한 굿을 한다. 헌데 효진이 더 아파하고, 결국 종구는 굿을 멈추게 한다.
일광의 등장은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대체적으로 일광과 일본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많이들 집중하는데 나는 그보다는 그의 등장으로 인한 영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광이 등장함으로써 그동안의 카더라 통신이 모두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일광은 등장과 함께 그 일본놈은 귀신이라고 확정한다. 효진에게 귀신이 씌었다고 확정한다. 마을의 살인 사건이 모두 귀신 소행이라고 확정한다. 마을에 있는 모든 카더라 소문을 사실로 정해 버리는 것이다.
6. 천우희
그녀가 맡은 무명이라는 역은 귀신일까? 무당일까? 종구와 처음 만날 때는 분명 실제하는 광녀였지만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린다. 그 이후로도 그녀의 영화속 행보는 신출귀몰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다면 그녀는 귀신일까? 무당일까?
어쩌면 무명의 포지션이 이 영화의 핵심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녀를 귀신으로 볼 수도 있고, 사람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의견은 사람이라는 쪽이다.그 이유는 조금 있다 내가 꼽는 베스트 신과도 관계가 있어서 나중에 설명하기로 한다.
7. 당신은 악마입니까?
종구의 파트너의 사촌동생이 사제 전의 부제이다. 그는 다시 한 번 그 일본인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그에게 묻는다. "당신은 악마냐, 솔직하게 정체를 말한다면 나는 그냥 돌아갈 것이다." 그러자 일본인은 말한다. "그냥 돌아가는 것은 네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일본인은 악마인가?
결국 영화가 하고 싶은 얘기는 믿는데로 듣고 보고 말한다는 것이다. 일본인과 부제와의 대화는 이 영화를 요약한다.
8. My Best Scene
마지막에 무명이 종구의 손을 잡는다. 근데 종구는 그 손의 감각을 느낀다. 계속해서 귀신이냐 인간이냐를 의심하다가 그 순간 믿는 것이다. 영화속 그녀의 기이한 행보에도 불구하고 그녀도 사람이라고 나에게 믿게 만드는 장면이어서 정말 좋았다.
9. 정리
이 영화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 이다.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무당과 천주고 부제가 등장했다. 왜냐하면 종교만큼 맹목적인 믿음을 요구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의심하는 순간 불완전한 믿음이 확신으로 편향됨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편향이 위험한 이유 중에 하나는 별개의 사건들을 하나의 맥락 안으로 몰아넣기도 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이미 모든 사건의 범인을 중간중간 확인시킨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일본인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잘못된 방법으로 통합된 확신에 의해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 처럼 일광의 등장으로 모든 가정과 소문들이 기정사실화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을 심리학에서는 앵커링이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우리는 개별적인 사건들을 연관짓는 것을 주의해야한다. 예를 들면 아침에 버스를 눈앞에서 놓쳤다고 오늘 하루 재수 없을거야 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오늘 있는 일들은 상호간게 인가관계가 아니라 그져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기쁜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있다.
무엇을 마음에 담을 것인지는 자신의 결정이다.
'소소한 문화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는 인생이란 여행의 손님, 패신져스 (Passengers, 2016) (0) | 2017.02.05 |
---|---|
사색하는 휴식, 안경 (めがね, 2007, 오기가미 나오코) (0) | 2016.06.05 |
사춘기는 내 가슴속의 검을 만나는 시간, 괴물의 아이( バケモノの子, 2015년 7월, 호소다 마모루) (0) | 2016.03.01 |
Pursuit of True Love, 말레피센트 (Maleficent, 2014, 안젤리나 졸리) (0) | 2015.02.24 |
대한민국의 인생사 - 국제시장(윤제균,2014) 스포일러 有. (0) | 2015.01.17 |